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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혜진 시인 “독자 맘에 닿는 시 꿈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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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pussycat
기사입력 2018-05-21

 

▲ 문혜진 시인     © hellopussycat

 

 

 

정중동(靜中動).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 문혜진 시인(42)의 첫 느낌이다. 상냥하고 부드럽지만 그 안에 자신의 것을 지키는 에너지가 강렬해 퍽 놀랍다.

 

사람들의 하루가 저무는 시간. 모두 잠들고, 조명등 소음과 시계 초침 소리만이 선명해질 때, 시인의 시간은 시작된다. 의자를 끌어당겨 모니터를 보며 시어를 요리조리 뜯어보는 시인은 깊은 새벽, 일상을 벗어나 시의 세계로 도망친다. 그렇게 야반도주한 시간이 7~8.

  

그 사이 시인은 엄마라는 이름과 동시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 누구나 이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알지 않은가. 이름을 잘, 오랫동안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도 움직여야 한다는 걸. 엄마로서, 작가로서 부지런히 성장해온 그녀는 사람의 마음에 가 닿는 시를 쓰고자 한다.

  

서촌의 한 카페에서 열일 하는 시인, 문혜진 작가를 만났다.

 

 

 

육아와 집필 사이에서

엄마와 작가로서

폭풍 같은 시간 견디니

소중한 작품 탄생해

한계 짓지 않고

마음에 닿는 시 짓고 파

 

 

 

아이와의 일상 녹아 든 

 말랑말랑 쫀득쫀득 말놀이 동시

 

 

  

 

시인으로 등단해 엄마가 되었고, 지금은 동시도 짓죠.

 벌써 등단 20년 차 시인이에요. 현재까지 시집은 3권 발행됐고, 동시는 4권 정도 썼어요. 동시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의 어린이 책 집필, 그림책 번역도 하고 있어요.

 

가장 최근에 발표한 책이 <문혜진 시인의 음식 말놀이 동시집>이에요. 어떤 책인가요?  

놀이처럼 주고받는 말들로 이뤄진 동시집이에요. 24편의 동시가 수록돼 있고, 아주 어린 친구부터 초등학교 저학년들까지 읽을 수 있어요.

  

이전에 출간된 <의성어 말놀이 동시집>, <의태어 말놀이 동시집>에 이어 세 번째 말놀이 동시집이에요.

끝말잇기나 수수께끼 등 말놀이는 굉장히 다양해요. “원숭이 엉덩이는 빨~들어보셨죠? 이것도 말놀이 중 하난데. 우리 말이 소리가 아름다운 단어가 많아요. 아이들이 말을 배울 시기에 어떻게 하면 우리말을 재미나게 연상하고 즐겁게 놀 수 있을까에 중점을 두었어요. 우리말의 소리와 리듬, 흥미로운 몸짓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죠.

 

이번에는 소재가 음식이네요.

아무래도 음식이 본능과 제일 맞닿아있으니까요. 또 이것만큼 아이들에게 친숙한 소재도 없고. 음식이라는 소재에 말의 재미를 더해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고민했어요. 여러 편을 작성해두고 그 중 어린이들이 제일 좋아할 만한 주제들로만 엮었어요.

  

엄마의 마음이 많이 작용했을 것 같아요.

부모가 아이에게 음식을 먹일 때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아요. 편식을 하기도 하고, 밥 먹기를 미루기도 하니까. 하지만 음식을 차리는 과정에서 부모의 정성이 많이 들어가요. ‘아이들이 음식에 쏟은 부모의 사랑을 알면 좋겠다하는 마음으로 지었어요. 그리고 밥 먹을 때 이렇게 하지 마하는 것보다 이렇게 하면 어떨까제안하는 느낌으로 썼죠. 예를 들어 들어 편식은 나쁜 거니까 하지 마라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아이들이 , 편식을 하면 이렇게 되네? 하면 안 되겠네?’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스토리를 보여줬어요.

 

흥미롭게 들리는데, 집필 과정도 즐거웠을 것 같아요.

단어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였다고 할까요(웃음).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정말 언어를 요리하는 듯한 느낌으로 지었어요.

 

책 집필에 아이들의 영향이 컸나요?

그렇죠. 동시를 쓰게 된 것도 엄마가 되고부터니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소재를 발견하게 되고, 동시를 쓸 수 있었어요. 작은 아이가 말 센스가 좋아요. 어릴 때부터 저와 말놀이를 즐겨 하기도 하고요. 시를 고치고 있을 때 본인이 도와준다고 제안도 하고 그래요. 동시집은 저와 아이들의 경험담이 녹아있죠.

 

 

▲ 문혜진 시인     © hellopussycat



 

동시면서  일종의 육아 기록이기도 하겠네요.

맞아요. ‘김치비행기라는 동시는 첫째 아이가 2~3살일 쯤 남편이 실제로 했던 노래에 살을 붙인 거에요. “비행기가 날아간다/ (아들 이름) 입 속으로/ 슝슝슝/ 쏙쏙쏙….”

아기 아빠가 숟가락을 비행기처럼 왔다 갔다 하니까 재미있어서 잘 먹더라구요.

 

24편의 시 중 가장 특별한 동시는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가장 재밌어 하는 시가 특별하지 않을까요? 남자 아이들에게 호응이 좋은설렁탕이라는 시에요.

   

설렁설렁 설렁탕에/살랑살랑 밥을 말아/’호로록 호로록 국수 먹고/ 후루룩 후루룩 냠냠/ 와작와작 깍두기/ ? 내 고기 어딨어? 설렁설렁 먹다 보면/ 파만 둥둥/ 썰렁썰렁 썰렁탕

 

동의어에서 오는 재미가 있어요.

우리에게는 유치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남자 아이들 눈높이에서 빵! 터지는 게 있나 봐요. 아이들과 설렁탕을 먹다 보면 고기만 골라 먹어서 나중에는 파만 남거든요. 일상의 경험에서 나온 시라 공감하기도 쉽고 또 비슷한 발음이 반복되니 흥미로워하는 것 같아요. 이외에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문어 소시지나 젤리 등을 소재로 한 시도 있고. 수수팥떡, 눈사람 떡국 등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도 담은 시도 있어요.

 

 

  

 

 

시와 동시

그 안에 본질적으로 통하는 감성 있어

 

 

 

동시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시 작업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들려요. 동시와 일반 시는 눈높이부터 다르니까.

눈높이는 물론 다르죠. 하지만 어른이든 아이든 사람의 마음 속에는 다양한 감정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순수함, 열정, 고통 같은 거요. 어른이기 때문에 감정을 다스려야 하지만, 마음 속에는 아이의 변화무쌍한 감정들이 내재돼 있는 거죠. 인간의 본성을 관통한 모든 것이 우리 안에 있는 거에요. 원론적으로 어른과 아이의 말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시인 문혜진의 시는 강렬하고 도발적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웃음) 20대에 쓴 시들이 대체로 도발적이에요. 청춘의 방황과 고민, 절실함을 쏟아낸 시였으니까요. 그런데 결혼하고 육아와 출산을 거치면서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시를 쓰게 된 거죠.

  

결혼, 육아 생활이 또 하나의 장르를 준 셈이네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고 하지만 엄마로서, 시인으로서 자리를 지키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일이 들어오면 무조건 했어요. 산후 조리원에서도 작업했을 정도니까. 그래서 늘 피폐한 상태였죠. 또 육아와 일이 경계가 명확한 게 아니잖아요. 제가 회사라는 공간에 출근하는 것도 아니고. 육아가 일로서 인정받는 것도 아니고. 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들이 많았어요 

 

어떻게 버텼는지.  

힘들었지만 내 처지에 대해 생각할 여력이 없었어요. 육아는 당장 내가 해야 할 일이었고. 어릴 때부터 글 쓰는 게 좋았으니까. 힘들 때 책 읽고, 글로 써내면서 치유가 되었어요.

   

글쓰기가 일종의 테라피였군요.

그렇죠. 사실 엄마로서의 삶이 품이 많이 들어요. 육아와 집필. 동시에 하기에는 벅차죠. 둘 다 에너지를 많이 소진하는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살림만 하기에는 아쉬움이 컸어요. 무언가를 표현해야 는 제 기질을 드러내지 못하니 답답하기도 했고. 그러다 늘 하던 것들을 어떻게 지속할 수 있을까, 고민했죠. 그러면서 내 일상에서 보고 느끼는 것에 집중하게 됐어요. 아이들 세계는 정말 투명하고 아름답거든요. 내가 처음 겪어보는 세계인 거죠. 지켜보다 보면 참 행복해져요.

  

그렇다면 주육야필(낮에는 육아를 하고 밤에는 집필)한 건가요?

아이들은 내게 밀착된 존재라 분리해서 뭔가 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간절하니까 막간을 이용해서 쓰는 거죠. 아이들이 학원에 간 시간이나, 하루를 마무리하고 남은 시간에. 새벽 3시에 일어나서 쓰기도 했어요. 지금은 큰 아이가 6학년, 작은 아이가 1학년인데요. 아이들이 성장할 때까지 7~8년 동안 틈틈이 집필 활동을 하다 보니 시 쓰기에 맞는 몸 상태, 마음 상태를 평소에도 유지할 수 있게 됐어요.

 

 

▲ 문혜진 시인     © hellopussycat

 

 

작업하기 좋은 상태를 만든다는 의미죠?

. 작가는 평소에 그런 작업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떤 글을 쓰던, 내가 그 작업을 해낼 수 있는 에너지를 채우고, 최상의 컨디션을 만드는 거죠. 평소에 운동하고, 아이들과 동네 돌아다니면서 관찰하고, 도서관 다니면서 생각 정리하고. 그러다 보면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주말에는 성곽길을 따라 삼청동까지 2시간을 걸었어요. 산바람 맞으며 아카시아 향기를 음미하고, 뻐꾸기 소리를 들었죠.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면서 오감이 자극되는 경험 있죠? 이렇게 산책하고, 운동하고, 책 읽고. 이런 게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참 소중해요. 일상을 나답게 잘 꾸리면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집필을 할 수 있으니까요.

 

 

 

 

 

장르든 소재든 한계 짓고 싶지 않아 

독자 마음에 닿는 

다양한 작품 쓰고 싶어

 

 

 

작년에 10년 만에 시집이 나왔어요.

지난 10년 간 느꼈던 고통과 비애를 담아 <혜성의 냄새>를 냈어요. 사랑하는 이의 아픔을 지켜 봤고, 또 이별도 해야 했죠. 출산의 고통도 겪었고. 인생의 행복 그 이면의 것을 느꼈던 시기였어요. 혜성이 떨어질 때 아름답게 빛나지만 또 동시에 7가지 냄새가 나거든요. , 이산화탄소, 메탄, 가스 등. 불쾌한 냄새들인데. 인생도 이것과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죠.

  

앞으로 10년 간 어떤 감정이 시에 실릴지 기대돼요. 어떤 감정이든 시인의 인생을 닮겠죠. 어떤 작품을 쓰고 싶은지 궁금해요.

초등학교 5학년 정도 되면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잖아요. 그 또래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동시를 쓰고 싶어요. 아이들이라고 늘 밝고 활기찬 것만은 아니에요. 부정적인 감정도 겪고 또 어두울 수도 있어요. 아이들이 갈등과 번민과 같은 감정도 있구나’, 하고 스스로 자연스럽게 감정을 받아들이면서 위로할 수 있는 작품이요. 힘든 세상을 살면서 마음을 다스리고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동시를 쓰고 싶어요. 하고 싶은 건 있지만 장르나 소재에 한계를 두고 싶지는 않아요.

 

한계를 두지 않는다니, 앞으로 더 많은 이름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인데요

작년에 작가 초청 시낭송회에 참여했어요. 베를린, 베니스에 가게 됐는데. 그 동안 갇혀지낸 세월이 느껴졌다고 할까요?(웃음) 삶을 다시 리셋할 수 있었던 새로운 계기가 됐어요. 또 하나. 최근에 서경식 교수의 <나의 이탈리아 인문기행>이라는 책을 봤거든요. 인문학자의 감정과 경험, 지식이 어우러진 글을 읽으면서 상상해봤어요. 미술전공자인 남편과 미술관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감정을 기록한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정말 다양한 작품을 써보고 싶어요. 독자 마음에 닿은 작품을요. 쓸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한계 짓지 않고, 풍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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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혜진

 

추계예술대학 문예창작과와 한양대학교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휴양지에서의 여름>으 '문학사상'을 통해 문단에 데뷔했으며, 26회 김수영문학상(2007)을 수상했다. 펴낸 시집으로는 <질 나쁜 연애>, <검은 표범 여인>, <혜성의 냄새>가 있으며, 동시집으로는 <사랑해 사랑해 우리 아가>, <문혜진 시인의 의성어 말놀이 동시집>, <문혜진 시인의 의태어 말놀이 동시집>, <문혜진 시인의 음식 말놀이 동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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